성경의 숨은 재밌는 이야기 · 47

에스라,
웃음과 울음을
분간할 수 없던 책

새 성전의 기초가 놓인 날,
젊은이는 환호하고 노인들은 통곡했다

에스라 1–10장
여는 글

에스라서는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책이에요. 바벨론에서 70년 가까이 지낸 유다 사람들이 페르시아 왕 고레스의 허락을 받고 폐허가 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요. 그런데 다시 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반대자들은 편지로 공사를 막고, 성전은 옛 영광에 비할 수 없이 초라했어요.

그래도 하나님은 페르시아 왕들의 마음까지 움직이셔서 그 일을 이루셨어요. 😄 반대자들이 보낸 고발 편지가 오히려 공사비 지원 명령으로 돌아오기도 해요. 이름까지 불린 이방 왕, 웃음과 울음이 섞인 함성, 문서 보관소에서 찾은 두루마리, 정확히 70년, 연구하고 행하고 가르친 학자, 군대를 청하기 부끄러웠던 사람, 그리고 머리털을 뜯으며 드린 기도까지 따라가 볼게요.

1부

에스라는 어떤 책일까?

포로에서 돌아와 성전과 말씀을 다시 세운 이야기

에스라서는 역대하의 마지막 장면, 고레스의 칙령(주전 538년)으로 시작해요. 1–6장은 스룹바벨과 예수아가 이끈 첫 귀환과 성전 재건 이야기로, 성전은 주전 516년 무렵 완공돼요. 7–10장은 그로부터 약 58년 뒤인 주전 458년, 율법 학자 에스라가 두 번째 무리를 이끌고 돌아온 이야기예요. 히브리어 성경에서 에스라와 느헤미야는 원래 한 권이었어요. 에스라는 제사장 아론의 후손이자 "모세의 율법에 익숙한 학자"였어요(7:6).

아람어로 쓴 장들에스라 4:8–6:18과 7:12-26은 히브리어가 아니라 페르시아 제국의 공용어인 아람어로 쓰여 있어요. 왕에게 보내고 받은 공문서를 원래 언어 그대로 옮겨 놓은 거예요.
6장과 7장 사이의 58년성전 완공(6장)과 에스라의 귀환(7장) 사이에 약 58년의 공백이 있어요. 에스더 이야기가 바로 이 사이,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 때 일어나요.

※ 에스라가 돌아온 연도를 아닥사스다 1세 7년(주전 458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닥사스다 2세 때(주전 398년)로 보는 학자들도 있어요.

에스라의 큰 특징 다섯 가지
1
두 번의 귀환
1–2장은 스룹바벨의 첫 귀환, 7–8장은 에스라의 두 번째 귀환이에요.
2
성전 재건
기초를 놓고, 멈추고, 다시 짓고, 마침내 봉헌하기까지 20여 년이 걸려요.
3
편지 전쟁
반대자들과 페르시아 왕들 사이에 오간 공문서가 그대로 실려 있어요.
4
율법 학자 에스라
말씀을 연구하고 행하고 가르친 사람이 공동체를 다시 세워요.
5
"하나님의 선한 손"
"그의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라는 말이 여러 번 되풀이돼요.

에스라서의 중심에는 이 한 문장이 있어요. "에스라가 여호와의 율법을 연구하여 준행하며 율례와 규례를 이스라엘에게 가르치기로 결심하였었더라"(7:10). 연구하고, 행하고, 가르치는 순서예요.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운 힘은 돌과 나무가 아니라 말씀이었고, 그 말씀은 마침내 육신이 되어 오신 예수 그리스도로 완성돼요.

2부

더 깊이 숨은 7가지 장면

이름이 불린 이방 왕부터 머리털을 뜯은 학자까지

1

150년 전에 이름이 불린 왕,
그리고 돌아온 성전 그릇 5,400개

에스라 1:1-11 · 이사야 44:28-45:1

"바사 왕 고레스 원년에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고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1:1). 바벨론을 정복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이 유다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성전을 지으라고 허락해요. 예레미야가 예언한 70년(렘 29:10)이 차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사야서에는 더 놀라운 구절이 있어요.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내 목자라 그가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하며 예루살렘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네가 중건되리라"(사 44:28). 그리고 다음 절에서 고레스를 "그의 기름 부음을 받은 고레스"라고 불러요(사 45:1). 이방 왕을 "기름 부음 받은 자", 곧 메시아라고 부른 유일한 구절이에요. 이사야가 활동한 시대에서 고레스까지는 150년쯤 떨어져 있어요.

고레스는 느부갓네살이 빼앗아 갔던 성전 그릇들도 돌려줘요. "금, 은 그릇이 모두 오천사백 개라"(1:11). 😄 바벨론 창고에 70년 동안 고이 보관되어 있던 그릇들이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하나님은 이방 왕의 마음도, 적국 창고의 그릇도 지키고 계셨어요. 역사의 주인은 왕들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하나님이세요.

※ 이사야 40–55장이 언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요.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전 8세기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으로 받아 왔어요.

돌아보기
세상의 권력자들조차 하나님의 손안에 있음을 믿고, 오랫동안 빼앗긴 것 같던 것을 돌려주시는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2

기초를 놓던 날,
환호와 통곡을 분간할 수 없었다

에스라 3:8-13 · 학개 2:3

돌아온 지 이듬해, 드디어 성전 기초를 놓아요. 제사장들은 예복을 입고 나팔을 들고, 레위인 아삽 자손들은 제금을 들고 다윗이 정한 대로 찬양해요. "주는 지극히 선하시므로 그의 인자하심이 이스라엘에게 영원하시도다"(3:11). 백성은 큰 소리로 환호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다른 소리가 섞여 있었어요.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족장들 가운데에 첫 성전을 본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제 이 성전의 기초가 놓임을 보고 대성통곡하며"(3:12). 50년 전 솔로몬 성전을 기억하는 노인들에게 새 기초는 너무 초라했어요. 선지자 학개도 그 마음을 이렇게 물었어요. "너희 중에 남아 있는 자 가운데에서 이 성전의 이전 영광을 본 자가 누구냐 이제 이것이 너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이것이 너희 눈에 보잘것없지 아니하냐"(학 2:3).

그리고 에스라서는 이렇게 기록해요. "백성이 크게 외치므로 즐거이 부르는 소리와 통곡하는 소리를 백성들이 분간하지 못하였느니라 그 소리가 멀리 들렸더라"(3:13). 😄 기쁨과 슬픔이 한데 엉켜 멀리까지 울렸어요. 새로운 시작은 늘 그래요. 잃어버린 것에 대한 눈물과 다시 주신 것에 대한 감사가 함께 있어요. 그 둘을 모두 받으시는 분은 인자하심이 영원하신 하나님이세요.

돌아보기
다시 시작하는 자리에서 지나간 것에 대한 눈물과 새로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함께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3

반대자들의 고발 편지,
그 덕분에 찾아낸 왕의 두루마리

에스라 4:1-24 · 5:1-6:12

성전 공사가 시작되자 주변 사람들이 방해해요. 처음에는 "우리도 함께 건축하게 하라"며 끼어들려 했고, 거절당하자 공사를 막기 위해 페르시아 왕에게 고발 편지를 보내요(4장). 이 편지들은 아람어 원문 그대로 실려 있어요. 결국 "다리오 왕 제이년까지 중단되니라"(4:24). 공사가 십수 년 멈췄어요.

그때 선지자 학개와 스가랴가 일어나 백성을 깨우고, 공사가 다시 시작돼요(5:1-2). 그러자 이번에는 페르시아 지방 총독 닷드내가 와서 누구의 허락을 받았느냐고 따지며 다리오 왕에게 확인 편지를 보내요. 고레스 왕이 정말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왕실 보관소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었어요(5:17).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요. 바벨론 문서 창고에서는 못 찾았지만 "메대도 악메다 궁성에서 한 두루마리를 찾았으니"(6:2). 고레스의 칙령 원본이었어요. 다리오는 답장을 보내요. 공사를 막지 말라, 그리고 "왕의 재산 곧 유브라데 강 건너편에서 거둔 세금 중에서 그 경비를 이 사람들에게 신속히 주어"(6:8). 😄 고발 편지가 공사비 지원 명령서로 돌아온 거예요. 페르시아는 실제로 꼼꼼한 문서 행정으로 유명했고, 페르세폴리스에서는 수만 장의 행정 점토판이 발굴되었어요. 사람의 방해조차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도구가 되었어요.

돌아보기
나를 막아서는 반대와 오해조차 하나님이 선하게 쓰실 수 있음을 믿고, 멈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짓습니다.
4

다리오 왕 제육 년 아달월 삼일,
무너진 지 정확히 70년

에스라 6:13-22 · 예레미야 25:11

드디어 성전이 완공돼요. "다리오 왕 제육년 아달월 삼일에 성전 일을 끝내니라"(6:15). 주전 516년 무렵이고, 아달월은 지금 달력으로 2~3월쯤이에요. 그런데 이 연도를 거꾸로 세어 보면 흥미로운 숫자가 나와요. 느부갓네살이 솔로몬 성전을 불태운 것이 주전 586년이었어요. 성전이 무너진 때부터 다시 세워질 때까지 거의 정확히 70년이에요.

예레미야는 "이 민족들은 칠십 년 동안 바벨론의 왕을 섬기리라"(렘 25:11)고 예언했어요. 70년을 바벨론 제국이 유다를 지배한 기간으로 보기도 하고, 성전이 폐허로 있던 기간으로 보기도 해요. 어느 쪽이든 하나님의 약속은 날짜를 잊지 않았어요.

백성은 봉헌 뒤 유월절을 지켜요. 그리고 성경은 이렇게 덧붙여요. "이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즐겁게 하시고 또 앗수르 왕의 마음을 그들에게로 돌려 그들의 손을 힘 있게 하여 이스라엘 하나님의 성전 건축하는 일을 돕게 하셨음이었더라"(6:22). 어? 페르시아 왕을 "앗수르 왕"이라고 불렀어요. 😄 옛날 북이스라엘을 무너뜨린 그 앗수르 땅까지 다스리는 왕이었으니, 원수의 나라를 다스리던 권세가 이제 성전을 돕게 되었다는 뜻으로 읽혀요. 원수의 땅의 왕도 하나님의 일을 돕게 하시는 분이에요.

※ 70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어요. 다리오 6년을 주전 516년 또는 515년으로 계산하기도 해요.

돌아보기
하나님의 약속이 늦어지는 것 같을 때에도, 그 약속은 날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5

넉 달의 여정을 견디게 한 결심,
연구하고, 행하고, 가르치다

에스라 7:1-28

성전이 완공되고 약 58년 뒤, 율법 학자 에스라가 등장해요. 그는 페르시아 왕 아닥사스다의 허락을 받아 두 번째 무리를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요. "첫째 달 초하루에 바벨론에서 길을 떠났고 다섯째 달 초하루에 예루살렘에 이르니"(7:9). 넉 달 동안 1,4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이었을 거예요.

에스라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요. "이는 그의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7:9). 이 "하나님의 (선한) 손"이라는 표현이 에스라서에 여러 번 되풀이돼요(7:6, 9, 28; 8:18, 22, 31). 그리고 핵심 문장이 이어져요. "에스라가 여호와의 율법을 연구하여 준행하며 율례와 규례를 이스라엘에게 가르치기로 결심하였었더라"(7:10).

순서가 중요해요. 먼저 연구하고, 그다음 자기가 행하고, 그 뒤에 가르쳐요. 가르치기 전에 먼저 살아 냈어요. "결심하였다"는 직역하면 "그의 마음을 정하였다"예요. 😄 넉 달 길을 걸은 발보다 마음이 먼저 출발했던 거예요. 유대 전통은 에스라를 "제2의 모세"라고 부를 만큼 존경해요.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길은 말씀을 연구하고 살아 내는 한 사람에게서 시작돼요.

돌아보기
말씀을 아는 데서 멈추지 않고, 먼저 연구하고, 내가 먼저 행하고, 그 뒤에 나누는 순서를 지킵니다.
6

"왕에게 군대를 청하기 부끄러워"
금은 수천억 원어치를 들고 금식한 사람들

에스라 8:21-36

에스라의 무리는 엄청난 헌물을 싣고 가야 했어요. "은이 육백오십 달란트요 은 그릇이 백 달란트요 금이 백 달란트요"(8:26). 한 달란트를 약 34킬로그램으로 잡으면 은만 25톤, 금이 3톤이 넘어요. 오늘 시세로 따지면 은은 약 700억 원, 금은 약 6,200억 원, 합쳐서 7천억 원 가까운 보물이에요. 그 길에는 도적 떼가 들끓었어요.

그런데 에스라는 왕에게 호위 군대를 청하지 않았어요. 이유가 재밌어요. "이는 우리가 전에 왕에게 아뢰기를 우리 하나님의 손은 자기를 찾는 모든 자에게 선을 베푸시고… 하였으므로 길에서 적군을 막고 우리를 도울 보병과 마병을 왕에게 구하기를 부끄러워하였음이라"(8:22). 😄 왕 앞에서 "우리 하나님이 지켜 주신다"고 큰소리쳐 놓고 군대를 달라고 하기가 민망했던 거예요.

대신 그들은 아하와 강가에서 금식하며 기도했어요(8:21, 23). 그리고 무사히 도착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에스라는 보물을 다시 "다 세고 달아 보고" 기록했어요(8:34). 받은 대로 정확히 전한 거예요. 믿음과 정직이 함께 갔어요. 우리를 지키시는 것은 보병과 마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손이에요.

※ 금액은 은과 금의 오늘 시세(2026년 10월 초)로 단순 계산한 참고값이에요. 고대의 달란트 무게도 시대와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어요.

돌아보기
말로 고백한 믿음대로 실제로 하나님을 의지하며, 맡은 것은 받은 그대로 정직하게 계산합니다.
7

남의 죄를 "우리 죄"라 부르며
머리털을 뜯은 학자

에스라 9:1-10:4

예루살렘에 도착한 에스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요. 먼저 돌아온 백성과 지도자들이 주변 민족들의 가증한 풍습을 따르는 사람들과 결혼해 하나님의 경고를 어기고 있었어요(9:1-2). 에스라는 이렇게 반응해요. "내가 이 일을 듣고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으니"(9:3).

그리고 저녁 제사 때 무릎을 꿇고 기도해요. 그런데 그 기도의 주어가 놀라워요.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감히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오니 이는 우리 죄악이 많아 정수리에 넘치고 우리 허물이 커서 하늘에 미침이니이다"(9:6). 에스라는 그 일에 가담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들의 죄"가 아니라 "우리 죄"라고 고백해요.

그 기도를 보고 백성이 함께 울기 시작해요. "에스라가 하나님의 성전 앞에 엎드려 울며 기도하여 죄를 자복할 때에 많은 백성이 크게 통곡하매"(10:1). 손가락질이 아니라 함께 엎드린 기도가 공동체를 움직였어요. 남의 죄를 자기 죄처럼 짊어진 이 모습은 우리 죄를 대신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해요.

※ 에스라 10장에서 이방 아내들을 내보낸 결정은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당시 상황 속의 조치였어요. 문제의 핵심은 민족이 아니라 우상 숭배에 물드는 신앙이었어요(9:1, 11).

돌아보기
공동체의 죄 앞에서 "그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죄로 고백하며, 먼저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맺는 글
다시 시작하는 일에는
웃음과 울음이 함께 있다

에스라서는 화려한 승리의 책이 아니에요. 초라한 기초 앞에서 노인들은 울었고, 반대자들의 편지에 공사는 멈췄고, 돌아온 백성은 또다시 넘어졌어요. 그래도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갔어요. 하나님이 고레스와 다리오와 아닥사스다의 마음을 움직이셨고, 학개와 스가랴와 에스라를 보내셨기 때문이에요.

"하나님의 선한 손"이 책 전체를 이끌었어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큰 성전이 아니라 그 손이에요. 그리고 그 손은 마침내 무너진 우리를 다시 세우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우리에게 오셨어요.

"주는 지극히 선하시므로
그의 인자하심이 이스라엘에게
영원하시도다" (3:11)

※ 본문 인용은 개역개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